웨일스 스완지에 한국형 아파트 397세대 짓기로 [중앙일보]
`습한 기후엔 온돌 난방이 딱` 한국 업체 재건축사업 수주 건축사무소 코다가 웨일스 스완지에 짓게 될 한국형 아파트 '하버 스퀘어'의 투시도. 관련검색어 웨일스 스완지에 한국형 아파트 영국의 세계적 권위의 '옥스퍼드 영어 대사전'(1989년 발간 제2판)에는 '한글' '김치' '태권도' '막걸리' 같은 한국말이 12건 실려 있다. 그중 하나가 우리 고유의 난방인 '온돌'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신식 아파트도 바닥을 달구는 온돌 방식을 응용해 난방을 한다. 이 '한국형 온돌 아파트'가 영국 웨일스의 고급 주택가에 들어선다. 교회와 고급 빌라 건축 설계를 주로 해온 한국의 건축사무소 '코다(CoDA)'에 의해서다.
코다는 웨일스 정부가 2003년부터 추진 중인 스완지(Swansea)시 재개발 프로젝트(SA1)의 주거시설 신축사업을 경쟁입찰 끝에 따냈다고 27일 밝혔다. 1200여억원을 들여 397가구(5~10층짜리 10개 동)를 온돌 방식의 '한국형 아파트'로 짓는 공사다. 이에 관한 최종 사업자 선정 확인서를 웨일스 정부로부터 최근 받았다.
코다의 지호식(사진) 대표는 "2~3년 전부터 유럽에서 집을 개보수할 때 온돌을 도입하는 집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한국 업체가 직접 온돌 아파트를 짓는 일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중산층 사람들이 맨발로 마루를 거닐 생각을 하면 미소가 머금어진다"고 했다.
경남 마산시보다 조금 넓은 378㎢의 면적에 30여만 명이 사는 스완지는 1960년대 웨일스의 석탄을 유럽 전역으로 실어나르던 항구 도시다. 70~80년대를 거치며 석탄 수요가 줄고 경기가 나빠져 폐허처럼 변한 곳이 많다.
이번 재개발 공사는 이런 지역을 요트 정박장, 카지노.벤처기업단지 등과 저밀도 주거시설이 어우러진 신도시로 탈바꿈시키려는 웨일스의 국책 사업의 일환이다. 지난해 11월 이 나라 안팎의 5개 업체에서 입찰 제안서를 받은 현지 정부는 7개월 넘게 심사해 코다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영국 굴지의 시행사인 테일러 우드로, 건설사인 벨웨이 등과 겨뤄 이긴 것이어서 값진 성과로 평가받는다. 코다는 웨일스 정부가 제시한 설계 지침을 가장 잘 준수하면서도 환경친화와 에너지 절약, 전체 단지와의 조화 등 설계 전반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난관도 적잖았다. 한국계 업체의 영국 내 주거시설 건축 실적이 전무하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이때 웨일스 의회 정부 한국사무소의 도움이 컸다. 한국에서 웨일스 투자 유치 활동을 펴는 황재필 소장 일행은 코다의 시공 실적과 설계 능력 등을 실사한 뒤 '실력을 갖춘 건축사무소'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본국에 보냈다.
황 소장은 "지난 1년의 절반 이상을 웨일스에서 보내며 까다로운 재건축 조건에 부합하는 계획안을 제시간에 내놓는 코다 임직원들의 노력과 정성에 보수적인 웨일스 공무원들도 감탄했다"고 전했다. 코다는 내년 초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호식 대표가 영국의 재건축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영국으로 선교 활동을 떠난 동생 집을 자주 방문하면서부터다. 저층과 전통 양식을 선호하는 영국의 건축 문화를 유심히 지켜보던 그는 2010년 라이더컵(유럽-미국 프로골프 대항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영국 개최가 확정되면서 재건축 시장이 열리자 한번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 사장에겐 절반의 성공이다. 그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30층 주상복합 건물을 꼭 코다의 작품으로 남기고 싶다"며 더 큰 욕심을 드러냈다.
임장혁 기자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