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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억에 남는 결혼식

기쁘리 2014. 4. 17. 12:33

 

 

 

기억에 남는 결혼식

결혼식 며칠 전 아버지는 술을 거나하게 드시고는 집에 들어와서

폭탄선언을 했다.

"나는 결혼식에 안갈테니 알아서 치러라."

"아빠 많이 취하셨나 봐."

"아빠 안취했다 이녀석아."

며칠 뒤 결혼식을 치를 막내딸 송희는 아버지가 취기에 농담을 하

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게 아니고 너무 완강했다.막내딸은 그런

아버지에게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저를 아빠 없는 자식으로 만드시려구요? 말도 안돼요."

"뭐라고 해도 난 안간다. 안가."
아버지는 연신 안간다는 말만 되풀이하시면서 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니는 결혼식 날까지 아버지를 설득시키시겠다며 딸을 안심시켰

지만 그녀는 눈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처음에 아버지는 막내딸의 신랑될 사람을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서운함과 사위에 대

한 욕심,말하자면 이런 것들 때문이었지 사위될 사람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그래서 아버지도 결혼 승낙 후에는 별말씀

이 없으셨다.그런데 결혼식 며칠 전에 이런 선언을 하시다니......

송희는 신랑될 사람 얼굴을 어떻게 볼지 걱정스러웠다.자기한테 불만

이 있어서 아버지가 결혼식에 오지 않으신 거라고 생각하겠지, 얼마

나 기분이 나쁠까,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지, 아버지를 다시 한번 설

득시킬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렇게 밤을 새운

송희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마루로 나갔다가 부모님 방에서 흘러나

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보, 도대체 왜 그래요. 당신 평생 후회하면서 살려고 그래요?"

"가나 안가나 후회하기는 마찬가지인데 뭐."

"그럼 가고 나서 후회하세요. 아이 체면도 생각하셔야죠."

"글세 내가 안가는 게 송희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라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언제 송희가 당신 장애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

한 적이 있었나요? 어릴 때부터 송희는 친구들과 있다가 당신과 마주

치면 언제나 당당하게 친구들에게 당신을 소개했어요. 숨길 수도 있

었고.피할 수도 있었는데 송희는 한번도 그러지 않았어요,오히려 장

애를 가지고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는 당신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요. 그런 아이 가슴에 못을 박으시려는 거에요?"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

이 울고 계신 것 같았다.

"내가, 왜 그걸 모르겠소. 당신도 내가 우리 막내딸을 얼마나 이뻐

하는지 알잖소.그래서 더욱 안가겠다는 것이오. 지난번 숙희 결혼식

때 나는 결심했어요. 신랑신부 입장이야 요즘식대로 둘이 같이 들어

가서 괜찮았지만 사진을 찍고 어쩌고 하느라고 결국 난 목발을 짚고

절룩거리는 모습을 그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야 했소. 사람들이 속으

로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는 것 같았소."

"당신 생각일 뿐이죠."

"그때 결심했어. 우리 막내딸 결혼식 때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말

이오. 나 때문에 우리 송희가 시집 사람들한테 흉잡히게 할 수는 없

소. 몰라도 될 사람들까지 신부 아버지가 장애인이라는 걸 알게 될

데.그게 송희한테 좋을 리 있겠소.나도 내가 장애인이란 사실이

렇게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었요."

"여보.......,"

어머니도 나지막히 흐느끼셨다. 밖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송희

는 소리내어 울면서 부모님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끓었다.

"아빠. 난 괜찮아. 아빠가 어떤 모습이어도 난 아빠가 자랑스러워.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송희야.......,"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송희, 이들 세 사람은 서로 부등켜안고는

한참을 울었다.

사랑하는 막내딸의 결혼식 날, 하늘은 여느 때와 달리 유독 송희

아버지의 사랑만큼 높고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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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역사와 문학의 향기를 찾는 사람들 파랑새
글쓴이 : 여심( 旅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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