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허준 스승 유의태가 가상인물이라는 사실을..
출처 스포츠경향 작성 강주일 기자·김진원 인턴기자 입력 2013.09.02 19:07 수정 2013.09.02 20:47요즘 월~금요일 오후 8시55분 MBC에서는 사극 <구암 허준>가 방송되고 있다. 주인공 허준의 스승으로 '유의태'가 등장한다. 유의태 혹은 류의태는 1991년 <동의보감>과 1999년 <허준> 등 허준이 나오는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허준에게 의술을 가르쳐 어의에 이르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허준이 유의태나 류의태로부터 의술을 배웠다는 사실은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극의 배경인 경상남도 산천군에서 2005년 류의태 가묘를 설치하고 동상을 세웠다. 진주 류씨 종친회는 류의태가 실존했다는 것을 증명할 문헌이 없는데도 류의태를 족보에 올렸다. 드라마 속 인물이 역사상 인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진주 류씨 문중 대표라는 류무림씨는 2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확실한 표식이나 문헌을 없지만 내려오는 류의태와 관련된 일화가 많아 족보에 올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극에 실제 역사적 사실과 과장·왜곡된 상상을 '혼용'하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역사서에 빠져 있는 부분이나, 실제 상황을 설명하거나 재미를 고취하는 정도의 '상상력' 활용이 아니라 자칫 사실 왜곡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10월 방송 예정인 MBC <기황후>는 모국인 고려를 농단한 원나라 기황후와 새어머니를 겁탈하고 사치와 향락을 일삼은 고려 충혜왕을 영웅적으로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에 한 줄 밖에 없는 인물을 '뻥 튀겨' 쓰는 일도 있다. 6월 종방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장희빈이 패션디자이너(침방 나인)로 설정돼 있다. 실제로는 장희빈 환궁을 못보고 승하한 명성왕후가 드라마 속에서는 10년이나 더 살며 장희빈과 갈등한다. 인경왕후와 인현왕후를 죽은 이후 붙이는 시호로 "인현왕후께서 부르십니다"는 식으로 말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같은 일은 드라마간 경쟁이 더욱 격화된 2000년대 이후 두드러졌다. 이전 MBC <조선왕조 오백년>이나 KBS 대하극에서 고증에 좀더 철저하던 것과 달리, 판타지적 내용을 더 가미하면서다.
2009년 MBC <선덕여왕>에서 주인공 미실은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까지 3대 왕을 섬기고, 선덕여왕과 정권을 놓고 경쟁한다. 하지만 미실의 존재 자체를 놓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신라사학회 장일규 이사(국민대 교수)는 "미실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화랑세기> 필사본에만 나온다"고 밝혔다. <화랑세기>를 놓고는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 책에서조차 미실은 선덕여왕 때 이미 죽은 인물로 적혀있다.
2006~2007년 방송된 KBS1 <대조영>에서 극중 당나라 장수 설인귀는 측천무후 지시를 받아 주인공 대조영과 대립한다. 그러나 역사서는 설인귀가 측천무후 즉위 7년 전에 사망한 인물로 적고 있다. 국회도서관 중국 자료관 소준섭 박사는 "676년 기벌포에서 신라에게 대패 당한 전투 이후 설인귀는 거의 한반도와 관련이 없었다"며 "설인귀가 발해 건국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드라마 내용은 소설적 설정이라 하기에는 너무 비약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KBS2 <각시탈>에서처럼 김구와 손기정을 연상케 하더라도 역사상 인물 이름이 아닌 가상의 인물을 집어넣는 경우는 역사 왜곡 시비를 겪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역사적 사실과 많이 다를 경우 차라리 새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간사는 "최근 사극은 정통 역사극에 길들여진 중·장년층 시청층과 판타지 사극을 좋아하는 젊은 시청층을 모두 잡기 위해 인물과 시대 배경이 복합적으로 버무려진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역사적 사실을 훼손시킬 문제가 있다면 전체 창작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이강한 연구정책실장은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를 어느 정도 바꾸는 것은 괜찮지만, 현존 사료와 판이하게 다르다면 문제가 있다"며 "역사상 사료로 남아있는 것을 비틀어서 집필하려면 학계와 제작진 간에 더 많은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 '기황후 논란'은 '어떤 것은 소재로 하면 안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재조명 할 것인가의 문제' "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왜, 그리고 굳이 지금 만드는가, 드라마의 의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하다"며 <기황후>는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이므로 기획 단계에서 제작진이 구체적으로 소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허준> <대장금> 등을 연출한 이병훈 PD는 "PD 입장에서 역사학자들이나 대중이 조금 관대하게 봐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드라마가 역사와 똑같이 하면 만들기에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 눈높이가 높아졌고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고 용인하는 분위기에서 제작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기황후>를 집필한 장영철 작가도 "원나라에 끌려가 일인자가 된 기황후의 성장기가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시의적절한 얘기라고 생각했다"며 "기황후나 충혜왕에 대해 논란이 일면 대중이나 역사학자들이 더 관심을 갖고 바로 잡혀지는 부분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그는 "각색된 부분이 있으니 양지하길 바란다는 자막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일 기자·김진원 인턴기자>
하지만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허준이 유의태나 류의태로부터 의술을 배웠다는 사실은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극의 배경인 경상남도 산천군에서 2005년 류의태 가묘를 설치하고 동상을 세웠다. 진주 류씨 종친회는 류의태가 실존했다는 것을 증명할 문헌이 없는데도 류의태를 족보에 올렸다. 드라마 속 인물이 역사상 인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진주 류씨 문중 대표라는 류무림씨는 2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확실한 표식이나 문헌을 없지만 내려오는 류의태와 관련된 일화가 많아 족보에 올렸다"고 말했다.
↑ 구암 허준
↑ 선덕여왕
10월 방송 예정인 MBC <기황후>는 모국인 고려를 농단한 원나라 기황후와 새어머니를 겁탈하고 사치와 향락을 일삼은 고려 충혜왕을 영웅적으로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에 한 줄 밖에 없는 인물을 '뻥 튀겨' 쓰는 일도 있다. 6월 종방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장희빈이 패션디자이너(침방 나인)로 설정돼 있다. 실제로는 장희빈 환궁을 못보고 승하한 명성왕후가 드라마 속에서는 10년이나 더 살며 장희빈과 갈등한다. 인경왕후와 인현왕후를 죽은 이후 붙이는 시호로 "인현왕후께서 부르십니다"는 식으로 말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같은 일은 드라마간 경쟁이 더욱 격화된 2000년대 이후 두드러졌다. 이전 MBC <조선왕조 오백년>이나 KBS 대하극에서 고증에 좀더 철저하던 것과 달리, 판타지적 내용을 더 가미하면서다.
2009년 MBC <선덕여왕>에서 주인공 미실은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까지 3대 왕을 섬기고, 선덕여왕과 정권을 놓고 경쟁한다. 하지만 미실의 존재 자체를 놓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신라사학회 장일규 이사(국민대 교수)는 "미실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화랑세기> 필사본에만 나온다"고 밝혔다. <화랑세기>를 놓고는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 책에서조차 미실은 선덕여왕 때 이미 죽은 인물로 적혀있다.
2006~2007년 방송된 KBS1 <대조영>에서 극중 당나라 장수 설인귀는 측천무후 지시를 받아 주인공 대조영과 대립한다. 그러나 역사서는 설인귀가 측천무후 즉위 7년 전에 사망한 인물로 적고 있다. 국회도서관 중국 자료관 소준섭 박사는 "676년 기벌포에서 신라에게 대패 당한 전투 이후 설인귀는 거의 한반도와 관련이 없었다"며 "설인귀가 발해 건국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드라마 내용은 소설적 설정이라 하기에는 너무 비약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KBS2 <각시탈>에서처럼 김구와 손기정을 연상케 하더라도 역사상 인물 이름이 아닌 가상의 인물을 집어넣는 경우는 역사 왜곡 시비를 겪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역사적 사실과 많이 다를 경우 차라리 새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간사는 "최근 사극은 정통 역사극에 길들여진 중·장년층 시청층과 판타지 사극을 좋아하는 젊은 시청층을 모두 잡기 위해 인물과 시대 배경이 복합적으로 버무려진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역사적 사실을 훼손시킬 문제가 있다면 전체 창작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이강한 연구정책실장은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를 어느 정도 바꾸는 것은 괜찮지만, 현존 사료와 판이하게 다르다면 문제가 있다"며 "역사상 사료로 남아있는 것을 비틀어서 집필하려면 학계와 제작진 간에 더 많은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 '기황후 논란'은 '어떤 것은 소재로 하면 안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재조명 할 것인가의 문제' "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왜, 그리고 굳이 지금 만드는가, 드라마의 의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하다"며 <기황후>는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이므로 기획 단계에서 제작진이 구체적으로 소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허준> <대장금> 등을 연출한 이병훈 PD는 "PD 입장에서 역사학자들이나 대중이 조금 관대하게 봐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드라마가 역사와 똑같이 하면 만들기에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 눈높이가 높아졌고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고 용인하는 분위기에서 제작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기황후>를 집필한 장영철 작가도 "원나라에 끌려가 일인자가 된 기황후의 성장기가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시의적절한 얘기라고 생각했다"며 "기황후나 충혜왕에 대해 논란이 일면 대중이나 역사학자들이 더 관심을 갖고 바로 잡혀지는 부분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그는 "각색된 부분이 있으니 양지하길 바란다는 자막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일 기자·김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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