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반야지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딸아이가 자살소동을 벌여서 병원에 있다고...
얼마전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받고는 우울증에 걸려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었는데,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나 보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고 오니
참으로 내 마음도 울적하다.
도대체 사랑이 뭐라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홍역인 것을...
사람으로 태어나 누군들 사랑의 아픔을 체험하지 못했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또한 별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또 다른 대상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
"내가 그때 왜 그 사람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누웠었지?... 차라리 그때 잘 헤어졌지" 라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설사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에 골인했다 하더라도
살다보면 "어이구, 이 웬수를 내가 왜 좋다고 죽자 살자 했는지 몰라" 하면서
후회를 하고 또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그래도 그 순간에는 그것이 인생에 있어 최고의 문제이니 그 다음을 생각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 철이 들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보게 되면,
사랑때문에 자살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한 마음인지를 알게 될 터인데...
굶주려서 죽는 사람들이 볼때는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며,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볼때도 얼마나 한심한 일이던가.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사랑은 사실 너무 극적이며,
옛사랑을 평생 그리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서정적으로 낭만적으로 그려지는데,
실제에 있어서는 그렇게 애절한 사랑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게 마련이며, 희미해지고, 또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좋아하는 대상도 바뀌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창회에 나가서 첫사랑을 만나고 왔다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후회한다.
"차라리 보지 말것을 그랬어... 그때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왠 푹퍼진 아줌마가 나와 있고, 대머리 아저씨가 나와 있지 뭐야."
설사 그 옛날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해도 나의 감성이 변했기 때문에,
그 옛날의 느낌은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진짜 사랑은 두 사람이 고.락을 함께 나누었을 때 익어간다.
인생의 쓴맛 단맛 다보고, 상대편의 단점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이라는 단어를 쓸 수가 있다.
젊은날의 사랑은 진짜 사랑이기 보다는 열정이며 열병같은게 아닐까 한다.
머리 하얀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
'아, 저분들이야 말로 진짜 사랑을 하시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참으로 아릅답게 느껴진다.
그 많은 세월동안 얼마나 사연이 많았겠는가.
풍상을 겪으며 익어간 사랑이 아니라면 솔직히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지 않다.
한때 지나가는 열병같은 것을 사랑이라고 보기에는
사랑은 너무 숭고한 단어이며, 흔치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애욕과 사랑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대부분은 애욕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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