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종족과 민족은 그들의 자연여건에 맞춰 오랜 세월 동안 형성시킨 독특한 생존방식과 의식주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한 의식주 중 주에 해당하는 중요한 실내 난방으로 우리 민족은 바닥난방법 기술인 온돌(구들)을 계승해왔다. 바닥난방은 가장 합리적인 난방방법으로, 특히 온돌난방은 아궁이에 열을 가하면 방바닥 아래의 공간(고래)을 따라 열이 이동하면서 바닥에 열에너지가 저장되고, 이 축열된 에너지가 서서히 방열(放熱)하면서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는 바로 복사와 전도, 대류라는 열전달의 3요소를 모두 갖춘 독특한 방법으로써, 인류 역사와 첨단과학을 걷는 현대사회를 통틀어 봤을 때 우리 민족만의 독창적이면서도 독자적인 난방방법인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한국 사람은 온돌방 아랫목에서 태어나 그 자리에서 자라며 늙고 병들었을 때 역시 아랫목에서 치료받았다. 죽은 뒤에는 아랫목을 잠시 떠나지만, 제사상을 받을 때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는, 아랫목과 밀착된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어렸을 적 시골 고향집을 떠올려본다면, 온돌방 아랫목에는 항상 이불을 깔아 보온을 유지했고 손님이 오거나 외출했던 가족이 돌아오면 앉기를 권하던 자리로, 밥도 이불 속에 묻어두어 온기를 유기시켜주었다. 또한 식구들의 의식주나 예의범절 등을 잘 꾸려가도록 이끌어주는 안주인의 자리이기도 했다. 이것은 비단 농사짓던 옛날 고향집의 이야기만이 아닌, 지금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현대식 주택에 살아도 방 하나 정도는 온돌로 시설하는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이다.
▶ 우리가 온돌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
요즘 출간되는 영한사전을 펼쳐보면 온돌이 '하이퍼코스트(Hypocaust)'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것은 로마시대의 바닥난방 형태로 마룻바닥에 수로(水路)를 설비한 후 뜨거운 물을 흘려보내던 시설인데, 우리의 전통온돌(구들)처럼 축열이나 취사 겸용 등의 복합적인 구조도 아닐 뿐더러 열기가 직접 전해지지도 않는 아주 단순한 구조이다. 우리 고유의 온돌이 이러한 것과 비교되면서 그것의 명성과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록매체에서 온돌을 매도하고 있다고 분노하기 전에 앞서, 먼저 우리가 삶의 터전이면서 동시에 옷처럼 직접 살갗에 닿는 난방시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책에서 저자들이 언급한 바, 우리 온돌의 우수성을 일찍 깨달은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은 그것을 주택난방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모든 삶의 영역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그네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작게는 건축물 증후군의 검은 손을 떨쳐버림으로 아이들에게 건강한 삶을 물려주는 것은 물론, 크게는 온돌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해본다. 책에 수록된 온돌의 역사와 그것의 변천, 그리고 예전 온돌방 형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기존 온돌의 효용성에 바탕하여 현대화와 미래화를 추구하는 서술은, 건축학 전문가와 생태환경 전문가의 폭넓은 식견과 높은 지식수준을 가늠케 하는 척도이다.
또한 이 책의 별미는, 현장조사를 통해 엄선한 사진과 그림, 도면뿐만 아니라, 정독한 후에는 내 손으로 직접 웰빙(Well-Being) 온돌(구들)바닥을 놓을 수 있는 상세한 설명과 실제 시공 장면을 수록하였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실용서인 셈이다.
책속으로
▶ 이제는 우리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온돌을 우리가 계승, 발전시켜야 할 민족문화로 보는 시각이 필요한 때다. 우리가 어물어물 우리 고유의 온돌 문화를 널리 알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자기들 중심으로 이미 바닥난방 설비의 독자적인 ISO기준을 우리 대한민국을 배제한 채 만들고 있다. 서양에서 지금 한창 연구하는 생태환경을 고려한 바닥난방의 근원이 우리 민족의 온돌임을 정확히 알리고 더 늦기 전에 온돌의 현대화와 산업화를 서둘러야 할 때다.
-p. 8
▶ 불목하니라는 말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예전에야 행세깨나 하는 집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지경에 방도 여럿이 있어 추운 날 아궁이마다 불을 때는 일도 여간 큰일이 아니었다. 역사에 남은 불목하니 중에도 색다르게 유명한 인물이 있다. 우리나라 문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송강 정찰과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 등이 등장하는 임진란 때의 이야기나 초의선사와 함께한 추사 김정희 이야기에서도 나와 있다.
-p.54
▶ 온돌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조선왕조실록>인데 세종 실록 7년 을미 7월 병진이며, 바닥에 본격적으로 장판을 깐 것도 이때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구들은 순 우리말로 구운 돌이란 의미에서 발전하였고 지금까지 넓게 쓰여지고 있다. 그러나 온돌은 한자로 따뜻할 온(溫)자와 돌출하거나 발산한다는 돌(突)자를 쓰는데 이같이 열석이라고 쓰지 않고 온돌로 쓰는 데는 이미 따뜻한 복사난방의 의미를 두고 조합해놓은 단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은 온돌의 의미를 단순히 돌바닥을 뜨겁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바닥복사 난방과 열을 저장하는 의미를 넣어 용어를 정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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