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집단장 못하겠네.. 인테리어 비용, 30%나 치솟았다
정순우 기자 입력 2022. 04. 26. 03:04 수정 2022. 04. 26. 06:51 댓글 9개경기도 성남의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며 나머지 가구를 임대하는 최모(70)씨는 이달 초 인테리어 공사 견적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15평짜리 가구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1700만원이 나온 것이다. 같은 업체에서 2년 전 견적을 받았을 때보다 500만원가량 늘었다. 최씨는 “평당 100만원이 넘는 건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인테리어 업체 사장도 ‘자재 값은 물론이고 인건비도 너무 올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더라”고 말했다.
건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이사를 하거나 봄맞이 집 단장을 계획하던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테리어 비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욕실이나 주방 공사에 들어가는 자재와 인건비를 더한 총 시공 비용이 1년 만에 20~30%씩 뛰었다. 철거 공사와 폐기물 처리 같은 부수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4~5년 전만 해도 인테리어 비용은 ‘평당 100만원’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평당 130만~140만원, ‘올 수리’라 불리는 전면 공사의 경우 평당 200만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봄 이사철을 맞아 집을 꾸미려던 사람들은 물론, 계절 특수를 기대하던 관련 기업과 자영업자들까지 모두 울상이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모습. 건설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과 자재 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최근 1년 사이 아파트 인테리어 비용이 30%가량 치솟았다. /사진=정순우 기자◇1년 새 20~30% 뛴 인테리어비
인테리어는 어떤 자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지만,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지수’ 세부 항목을 통해 가격 변동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주거시설 유지·보수’ 물가지수는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7.8% 올랐다. 직전 1년 상승률(2.4%)의 3배가 넘는다.
자재비용 변동을 볼 수 있는 ‘주택수선재료비’는 지난해 0.8%였던 상승률이 올해 10.8%로 13배로 뛰었다. 인건비 성격인 ‘설비 수리비’는 2021년 3.1%가 올랐지만, 올해는 1년 전보다 6.3%나 올랐다. 인건비가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인테리어 비용이 급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테리어 시공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통계치보다 훨씬 크다. 인테리어 대기업인 A사에 따르면, 중급 자재를 써서 부엌 싱크(길이 2.5m)를 공사할 때 드는 비용은 지난해 400만원에서 올해 500만원으로 올랐다. 30평대 아파트 욕실은 240만원에서 290만원으로 올랐고, 거실 마루와 창호의 시공비도 30% 가까이 급등했다.
숙련공의 인건비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간 보통 인부의 시급은 7.4% 올랐지만, 미장이나 타일 시공 같은 기술직 인건비는 12.9% 급등했다.
그래픽=양진경◇기업·자영업자도 울상
통상 봄·가을 이사철은 인테리어 업계에서 ‘대목’으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엔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하는 사례가 많다. 경기도 용인의 한 인테리어 업체 사장은 “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뛰는 것도 문제지만, 자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공사 계약을 따고도 자재를 못 구해 포기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성남에서 부엌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자재비가 급등한 탓에 매출은 30% 정도 늘었는데 이익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한샘은 올 1분기 매출이 5448억원으로 작년 1분기(5521억원)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296억원에서 170억원으로 42% 급감했다. LX하우시스는 작년 4분기 매출이 9292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익은 3분기 112억원 흑자에서 2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올해 들어 일제히 출고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테리어 비용의 상승도 궁극적으로는 집값, 전·월셋값에 반영돼 주택 수요자의 부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형 건설사들은 연간 단위 계약을 통해 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대비할 수 있지만 소규모 인테리어 사업자들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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