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극락(3) / 천주교의 교리문답
천주교는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교리문답(敎理問答)]이라는 책을 최근에
재편집하였습니다. [교리문답]은 천주교의 모든 교리의 기초가 되는 입문서
로서, 처음에 천주교에 입문하는 사람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책입니다.
곧 이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익혀야만 신자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렇듯 중요
한 책이 재편집되어 나왔는데, 그 첫머리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오래고도 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천지 만물(天地萬物)이 생겼고, 인류
가 탄생하여 겨레와 나라를 이루었다."
이 말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너무도 당연하여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천주교인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
은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믿음의 근거가 되는 구약성경에 적힌 바와 어
긋나기 때문입니다. 구약 성경의 첫머리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태초에 전지전능(全知全能)한하나님이 계셨다. 하나님이 하늘이 있으라 하
니 하늘이 있고 땅이 있으라 하니 땅이 있고... 사람을 만드셨다."
이와 같이 천지 만물은 다 하나님이 만든 것으로 저절로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주장이 구약 성경의 출발점이요 근본을 이루는 사상 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구약 성경을 기반으로 하여 예수교는 형성되었고, 지금까지 그 맥을
이어 왔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동안 기반이 되어 온 그 근본 사상을 어느
날 갑자기 저들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그 대신 진화론의 태도를 취한 것입니
다. 이것은 천주교로서는 실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까닭에서 갑자기 그들이 절대시하고 가장 신성시 해온
성경과 상충되는 내용의 말로써 [교리문답]의 첫머리를 삼게 되었는지 생각
해 봅시다. 그것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거의 같은 까닭에서 비롯되었
습니다.
곧,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의 지혜가 향상됨에 따라 논리적으로 허술한 점이
많은 하나님의 우주 창조설이나 인간창조설이 현대인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하
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신화(神話)에 불과한 것이지 사실(事實)일 수
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아닌 허구를 갖고서, 더구나 우주 과학 시대에 사
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것은 종교적 믿음이 될 턱이 없습니다.
그것은 다만 강요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천주교인들은 이 신화를 완전히 포기하고 논리적인 사실에 입각한,
일대 전환을 선언한 것입니다. 원죄설(原罪設)이라든지 창조설(創造設)과 같
은 중요한 교리를 논리적인 근거 아래 재해석하여 [교리문답]을 재편성하기
에 이르른 것입니다.
1967년 3월 2일자 조선 일보는 '현대의 옷을 입는 천주교'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의 천주교회에서만이 아니라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3년에 걸쳐 논쟁을 거듭하여 내린 결론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성서의 창조론에서부터 태도를 전환해야 현대인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으며, 더불어 천주교도 영원한 종교적 값어치를 지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천주교만이 변화한 것은 아닙니다.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천주교보다
보수적이라는 기독교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성철스님 법어집 '영원한 자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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