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CO2 저감대책 심각한 문제">
공공기관 `호화청사' 등 에너지 비효율 비판(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국정설명회에서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녹색성장'을 언급하며 에너지절약에 대한 낮은 국민의식을 강도높게 지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를 겨냥한 듯 "공직자들이 건물을 지을 때 에너지를 어떻게 줄일까 하는 설계도 없고 그런 규제도 없다"고 비판, 관련 대책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7월 이탈리아 G8 확대정상회의와 12월 덴마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 언급, "각국 정상들이 앞으로 CO2 저감 목표치를 내놔야 한다"면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게 아니라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당장할 수 있는 것은 에너지를 어떻게 절약하느냐"라면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국내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문제삼았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이미 (에너지와 관련한) 건물규제를 하고 있다. 건물 층고(천장)를 낮춰 냉난방 에너지량을 줄이고 있고 공공건물은 철저한 에너지 절감형"이라면서 "한국은 전혀 그런 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공공기관) 건물은 관광지 건물과 같이 1층 로비를 높게 해서 에너지가 어떻게 소모되는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며 "기초단체장이나 공직자들이 건물을 지을 때 어떻게 에너지를 줄일까 하는 설계도 없고 규제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초 경기도 용인의 한 야전사령부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에서도 "용인시청이 서울시청보다 좋더라. 관청 건물은 너무 좋게 지으면 안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가스나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공공건물에 대해서도 규제가 없고, 어떻게 하면 호화롭게 크게 짓느냐 이런 인식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면서 "일본과 비교하면 에너지효율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데 이래 가지고 어떻게 경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자체장들에게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인식은 덜 돼 있다"면서 "자기 관할에서 어떻게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느냐를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미국만 봐도 건물에 온도를 (개별적으로) 조정할 수 없게 고정해 놨다"고 전한 뒤 "우리는 아직도 잠자고 있다"면서 "아직 아파트가 중앙난방식이 돼서 겨울에도 짧은 옷을 입는 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지자체 가운데는 앞질러 가는 것도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격려하면서 "올연말에는 우리도 CO2 감축목표를 발표해야 한다"며 "심각한 문제에 닥쳐 있다"며 에너지대책에 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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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1/09 11:41 송고